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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당사자가 만들어가는 자조모임

 

지명이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내가 사는 고양시에는 뇌병변 장애인 학교가 없어서 멀리 있는 연세대 재활학교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동네에 있는 일반학교 통합학급에 보낸 적도 있지만 녹녹치 않은 과정을 보내고 결국 재활학교로 가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명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생협 일을 하게 되었고 활동보조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명이를 종일반에 보낼 수 있었는데, 그때는 지명이를 하루 종일 맡길 수 있는 학교와 종일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동안 지명이의 치료와 교육을 위해 여기 저기 쫓아다니느라 많이 지쳐 있었는데 지명이와 떨어져 있게 된 것만으로도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마쳐야 했고 행복은 거기까지인 듯 했다. 졸업 후 진로가 막막했기 때문이다. 지명이는 선배를 따라 김포에 있는 새솔학교 전공과에 들어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고, 본인의 노력으로 면접을 보고 힘들게 입학하였다. 너무 기뻤다. 당시엔 가문의 영광이라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 . . . .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학교에서 장애 유형이 다른데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로 지명이는 많이 힘들어했다. 그때 지명이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엄마 아빠도 아닌, 장조림이란 자조모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지금까지 성장과정에서 지명이는 늘 보살핌의 대상이었지 한 인격체로서 인식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른으로 대접받고 한 인간으로 인정을 받는데서 오는 힘이 지명이에게 조금씩 싹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엄마인 나에게 더 힘든 부분이 많아졌다. 고집이 세지고, 당연히 술을 마셔야 하는 줄 알고, 담배도 스스럼없이 달라고 하고, 게다가 운전도. . . . . . 그러면서 부딪히는 일이 많아지고 피곤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지명이가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좌충우돌 하면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 . . . . 그 과정에서 지명이는 장조림이 자신의 든든한 백그라운드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나도 지명이의 문제와 관심에 대해 예전보다 더 고민하게 되었고 앞으로 지명이와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지명이는 요사이 밥 먹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천천히, 조금씩, 고개 들고 먹기. 식탁에서 보이는 한쪽 면에 프로젝트 내용을 써서 붙여놓고 먹기 전에 한 번씩 외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요양보호사공부를 시작했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는 묻지 않으려 한다. 지명이가 아픈 할머니를 보고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나와 같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를 대입해 보며 어떻게 돌봐드려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같이 공부하는 시간이 지명이와 나를 이어지게 하는 즐거운 시간이 되어간다.
지명이는 장조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도 문제투성이의 청년이지만 지속적으로 무언가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외의 부분은 부수적이란 생각도 든다. 같이 즐겁게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 남아있다. 돌아보니 장조림에서 2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 힘든 과정을 마다하지 않고 견뎌준 장조림 조력자 선생님들의 헌신이 놀랍다. 지명이의 든든한 지원군인 장조림이 아무쪼록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이지명의 엄마 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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